MB정부-국정원의 ‘노조파괴’ 수사기록 보고서
- 작성자
- 문환린
- 작성일
- 20-06-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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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09~2011년 이어진 노조파괴 전말⋯검찰 수사기록 입수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 등은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수단체와 언론, 대기업 및 관계기관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파괴에 가담했다. 노조파괴 사건이 벌어진지 10년. 여전히 가해자 처벌은 미미하고, 피해사업장과 노동자들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워커스》는 최근 증거기록만 7,296쪽, 공판기록은 1,501쪽에 달하는 검찰 수사 자료를 입수했다. 해당 자료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어떻게 노조파괴를 지시하고 실행에 옮겼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전말이 기록 돼 있다. 지금껏 ‘의혹’으로만 존재했던 노조파괴 사건들이 ‘사실’로서 세상에 나오게 된 셈이다.
1. 176개의 문건, “민주노총을 와해하라”
국정원과 청와대는 수백 건의 문건을 공유하며 민주노총 와해 작업을 벌였다.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동안 176건의 노조파괴 문건을 주고받았다. 한 달에 약 16건의 노조파괴 전략을 만들어 낸 셈이다. 청와대가 국정원에 자료를 보내면, 국정원이 이를 토대로 문건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하는 식이었다.
이들의 노조파괴 전략 중 하나는 ‘민주노총 조직화 차단’이었다. <화물연대 조직력 재건 움직임 선제 제압>(3월), <민노총의 학교 기간제근로자 조직화 기도 차단>(11월) 등의 문건을 만들어 노조 조직화를 막았다. 여론 작업으로 민주노총을 고립시킨다는 전략도 주요했다. 2010년 민주노총이 노조법 재개정 투쟁에 나섰을 당시, 국정원은 <민노총의 개정 노조법 무력화 총력투쟁 조기 제어>라는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해당 문건에는 보수언론과 보수 단체를 통해 ‘민노총이 국민들로부터 고립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노총 탈퇴 작업에도 열을 올렸다. 검찰이 확보한 국정원 내부 문서에는 ‘2009~2011년 당시 민노총 상황’이 기록돼 있다. 국정원은 이를 통해 “민노총 이념·강경투쟁 노선에 염증을 느낀 노조를 대상으로 탈퇴 가능성을 진단, 가능성 있는 회사 위주로 탈퇴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지어 노동조합 조직률 상승을 제어한다는 반사회적 전략을 짜기도 했다. 노조 조직률 증가가 산업현장의 안정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원이 2010년 8월 작성한 <양 노총의 복수노조 허용 겨냥 세 경쟁에 면밀 대처> 문건에는 한국의 낮은 조직률 현황이 언급돼 있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9.8%(89년)를 기점으로 2007년 10.8%에서 2009년 10.1%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노조 조직률 상승 제어를 위한 여론화를 주문했다. “낮은 노조 조직률로 안정적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선진국(미국 12%, 프랑스 8%) 사례 등을 집중 부각” 하라는 요구였다. 언론을 통해서도 “세 불리기에만 몰두하는 양 노총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2.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킨 21개 노조
국정원의 ‘민주노총 탈퇴 전략’은 현실화됐다. 검찰청 수사기록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정원은 21개 노조를 상대로 민주노총 탈퇴 공작을 벌였다. 국정원의 개입으로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KT, 영진약품, 인천지하철공사 등 14곳이다. 2010년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 발레오전장코리아, 상신브레이크 등 6개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에 관여했다. 2011년에는 국정원의 개입으로 서울지하철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총 32개다. 이 중 절반 가까이에서 국정원의 ‘노조파괴 전략’이 실행됐다는 얘기다. 특히 발레오전장코리아와 상신브레이크는 용역 폭력 등을 동원한 노조파괴가 이어져 당시에도 사회적 논란이 됐었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하기 위해 노조를 회유하거나 압박했다. 영진약품의 경우, 2009년 노사 대표와 접촉해 회사에 부과된 85억 원의 탈세 추징금 납부시한을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설득했다. 201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동원해,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압박했다. 그해 국정원은 문체부에 “(그랜드코리아레저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지 않을 시 인센티브를 철회”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실제 그해 1월부터 문체부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던 장려금을 주지 않겠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장려금 규모는 1인 30만 원, 월 4억 5천만 원에 이른다. 결국 노조는 그해 4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또한 국정원은 고용노동부에 상급단체 탈퇴가 용이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리도록 했다. 2009년 3월 인천지하철공사노조에서는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하는 조합원 투표가 64%로 부결됐다. 안건 의결 요건이 찬성 3분의 2 이상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정원은 상급단체 탈퇴 요건을 기존 ‘3분의 2’에서 ‘과반’으로 유권해석 내리도록 고용노동부를 움직였다. 이에 힘입어 노조는 2009년 4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3. KT, 서울지하철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전말
특히 국정원과 고용노동부는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작업에 공을 들였다. KT노조 위원장 출신이자,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실 정책보좌관을 역임하던 이동걸이 행동대장으로 나섰다. 2008년에 정책보좌관에 앉게 된 이동걸은 <KT노조 선거 관련 참고> 문건을 작성하며 민주노총 탈퇴 작업에 돌입했다. 해당 문건에는 KT노조 동향과 차기 위원장 역할 및 인물 추천 등의 정보가 담겼다. 핵심은 보수파 후보 진영이 당선돼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동걸은 문건에서 ‘한나라당 책임당원 5년 차’인 후보를 추천하며, 차기 위원장은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협력적 관계 선언, 무쟁의선언, 합리적 구조조정, 민주노총 탈퇴”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위원장 선거에서 사측 후보가 당선된 후에는 <민주노총 탈퇴 실천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2009년 3월 하순으로 예정된 KT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탈퇴 안건’을 상정하기 위한 문건이었다. 여기에는 “반드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를 대의원으로 추천 선출을 유도”하고 “특별결의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 안건 상정 처리를 유도”한다고 적혀 있다. 결국 2009년 4월, 당시 국내 기업 단위노조 중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덩치가 컸던 KT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KT노조 탈퇴 공작을 비롯한 민주노조 와해 작업에 나섰던 이동걸은,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1570만 원씩, 10달 동안 총 1억 5700만 원의 활동 경비를 받았다.
서울지하철의 민주노총 탈퇴 공작은 청와대가 직접 ‘총력 지원’을 했다. 2011년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서울메트로노조의 민노총 탈퇴 투표 총력 지원> 문건을 작성했다. 이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 시 서울시의 공기업 경영성과 평가 긍정 효과에 따른 성과금 증액”으로 탈퇴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서울지하철노조는 2011년 4월, 민주노총 탈퇴 투표를 진행했으나 찬성 53.02%, 반대 47%로 사실상 부결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또 다시 고용노동부를 앞세워 상급단체 탈퇴에 용이한 유권해석을 내리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과반수 찬성’으로도 상급단체 효력이 발생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이끈 정연수 당시 위원장에게 격려금을 건네기도 했다.
4. 전교조 ‘법외노조화’, 국정원이 기획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기획도 국정원 작품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노동부는 전교조에 세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다.(2010년 3월, 2012년 9월, 2013년 9월) 그리고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했다. 첫 번째 시정명령을 내리기 직전인 2010년 1월 22일, 국정원은 청와대에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보고했다. “해직자 노조가입을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이유로 불법단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었다.
그리고 그해 9월, 국정원 국익전략실은 청와대에 <전교조의 조직 불법단체화 회피전술 조기 무력화> 문건을 전달했다. 여기서 국정원은 “이번 ‘불법단체 전환’ 추진이 전교조의 비뚤어진 행태를 바로 잡을 기회”라며 “노조설립 취소 이후 ‘전교조=불법단체’임을 강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동부, 교과부와 협조해 교사를 징계하고, 2차 시정명령을 발표한다는 기획도 담겨있다.
전교조는 정부와 국정원에게 ‘혐오’의 대상이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 전교조를 가장 먼저 척결해야할 ‘3대 종북 세력’으로 꼽았다. 각종 내부 회의에서 전교조 척결의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국정원은 전교조 와해 활동에 나서줄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육성했다. 전교조 탄압을 위해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지원한 돈만 2억 여 원에 달한다.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총 8개의 보수·학부모 단체가 전교조 조합원 고발과 집회·시위, 전교조 퇴출 여론 조성 행사 등을 벌이는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2억 640만 원을 받았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단체는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교학연)’이다. 이들은 8번에 걸쳐 전교조 흠집 내기 사업을 벌여, 76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국정원은 전교조로부터 고발당한 교학연의 법률비용과 피켓시위 비용 등을 지원하고, ‘특별 격려금’까지 지급했다.
5. 공무원노조의 출범 저지, 노조 간부 해임에도 개입
국정원은 공무원노조의 출범을 방해하고 노조 간부 해임 등에 관여했다. 검찰 수사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전국통합공무원노조(공무원노조)’ 출범 총투표를 앞두고 중앙행정기관장 등을 접촉해 조합원들의 총투표 불참과 출범 반대투표를 유도했다. 민주노총 가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총투표가 가결된 2009년 9월 이후에는 국정원 직원을 통해 조합원 탈퇴를 유도했고,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의 불법성 등 홍보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2009년 10월)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공무원노조 간부 해임에도 개입했다. 안양시는 2010년 2월 라일하 당시 공무원노조 1기 사무처장에게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행안부는 징계 수위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6일 뒤 재심을 요청했다. 행안부가 경기도에 재심을 요청한 날은, 국정원이 행안부에 징계 재심을 독려한 날이기도 하다. 또 국정원은 경기도에도 중징계를 독려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2009년 양성윤 당시 공무원노조 1기 위원장 후보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하기도 했다. 양천구청이 양 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자, 양천구청 담당 국정원 직원은 양천구청에 징계 절차 속행을 독려했다.
이 밖에도 국정원은 청와대에 공무원노조 설립 신고 반려의 필요성을 제언하는 문건을 전달했다. 공무원노조는 2009년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노동부에 총 5차례 노조 설립 신고를 냈다. 하지만 해직 공무원의 활동 등을 이유로 모두 반려 처분됐다. 또 정부는 2009년에서 2016년까지 ‘공무원 노사관계 정부 TF’를 운영해 공무원노조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노동부, 행안부, 경찰청 등이 참여한 해당 회의에서는 공무원노조 설립 신고 시 반려 사유 검토 및 반려처분 등이 논의됐다.
6. 청와대-국정원-고용노동부, 관변노총인 ‘국민노총’ 설립 지시
청와대-국정원-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 와해를 위해 ‘관변노총’도 만들었다. 2010년 3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현안자료> 문건을 통해 제3노총(국민노총) 준비 단체인 ‘새희망노동연대’를 활용해 민주노총을 견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언론을 통해 단체를 홍보하고, 노동부와 경총이 ‘측면지원’을 한다는 전략이었다. 6개월 뒤에는 국정원이 청와대의 지시를 구체화했다. 그해 9월, 국정원은 <새희망노동연대 지원 강화로 민노총 고립 가속화 문건>을 작성해 “새희망노동연대를 강성 노동계의 분열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제3노총’의 닻을 올리고, 민주노총 내 온건세력을 흡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새희망노동연대’은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주도한 정연수 전 노조위원장 등이 중심이 돼 만든 단체다.
국민노총 설립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사항이기도 했다. 2011년 2월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에는 “최근 대통령께서 임태희 (대통령)실장·박재완 (노동부)장관에게 노총·민노총을 뛰어넘는 제3노총 출범지원을 지시하신 바 있다”고 나와 있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이채필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은 임태희 당시 대통령 실장을 통해 국정원에 국민노총 출범예산 중 3억 원을 지원해 줄 것을 전했다. 이후 임태희 실장은 민병환 당시 국정원 2차장을 만나 관련 내용을 전달했고, 국정원은 국민노총 설립 지원에 총 4억 1000만 원의 경비가 필요하다는 문건을 작성했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승인이 떨어지면서, 국정원은 2011년 4월부터 이동걸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실 정책보좌관에게 매달 현금으로 1570만 원 씩, 총 1억 5700만 원을 지급했다.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공작을 꾸몄던 이동걸은, 국민노총 설립에 있어서도 ‘행동대장’의 역할을 맡았다.
7. 대통령과 국정원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2011년 국정원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도 개입했다. 심지어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 노조파괴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그해 5월 18일, 유성기업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용역을 투입했다. 그 과정에서 용역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을 차로 치고 달아나는 등, 심각한 폭력이 발생해 13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기도 했다. 용역 폭력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라디오 연설을 통해 “연봉 7천 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이어서 “기업 한 곳의 파업으로 전체 산업을 뒤흔들려는 시도는 이제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노조파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등의 공모에 따른 것이었다. 검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해 5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국정원 정 모 처장은 창노컨설팅 심종두 대표에게 연락해 노조 파업 정보를 메일로 수신했다. 정 모 처장은 심종두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정 처장이 1999년 경총 담당 국정원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노사대화국장이던 심종두와 친분을 쌓았다. 창조컨설팅은 노조파괴를 위해 정부와 국정원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국정원·노동부·경찰청·검찰 등 유관기관의 원활한 협력 체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창조컨설팅이 노조파괴 컨설팅 비용으로 유성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은 13억 원에 달했다. 2011년 직장폐쇄와 용역폭력, 제2노조 설립을 시작으로 유성기업에서는 9년째 노조파괴에 맞선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폭력에 노출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결국 2017년 2월 17일,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은 부당노동행위 유죄 인정을 받고 징역 1년 2개월을 복역했다. 현재는 창조컨설팅에 13억 원을 지급한 혐의로 1년 4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돼 구속수감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6개월 감형된 솜방망이 처벌이었고, 현재까지 현장에서는 노조파괴에 따른 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 및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8. 노조 규탄한 보수단체는 기업지원 대상
국정원은 노조탄압을 위해 대기업의 ‘돈줄’로 보수단체를 키웠다. 기업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정원의 ‘매칭사업’을 통해서였다. 해당 사업을 지시한 곳은 청와대였다. 국정원이 2009년 작성한 <보수단체 자금 관련 청와대 협조 요청 사항 검토> 문건에는 청와대가 공기업 좌파 단체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고 보수단체(27개) 및 인터넷 매체(12개) 쪽으로 물꼬를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1년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국정원은 그해 43개 단체에 삼성 등의 기업을 매칭해 36억 6000만 원을 후원하도록 했고, 2010년에는 32억 3500만 원을 매칭시켰다.
기업 지원을 받은 단체들은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노조파괴 활동을 전개했다. 전교조 규탄 활동을 벌여온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LG로부터 2억 원(2012년 9월경~2013년 10월경)과, GS 계열사인 GS홈쇼핑으로부터 3000만 원(2011년 7월)을 지원받았다. 국정원은 보수단체 ‘라이트코리아(Right Korea)’를 동원해 ‘공무원노조 해체 및 민주노총 가입 규탄 집회’를 유도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2010년 <기업별 지원대상 단체 및 금액> 문건에는 롯데와 한화가 ‘라이트코리아’에 각각 5천만 원의 금액을 지원하는 방안이 나와 있다.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육성과 외연 확장 사업의 중심에는 국정원이 만든 ‘국가발전협의회(국발협)’가 있었다. 2009년 9월경, 원세훈 전 원장이 “국가정체성 확립을 위한 보수단체 육성·지원을 강조, 신규단체 출범 등 보수단체 외연 확장”을 지시하면서 국발협이 설립됐다. 국발협이 2010년 작성한 <국발협 주요 현안> 문건에는 전경련으로부터 1억 원을 지원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검찰이 입수한 국발협 계좌 내역에 따르면 국발협은 △(주)엠아이피자원 3회에 걸쳐 500만 원씩 합계 1500만 원 △현대자동차(주) 총 8590만 원 △기아자동차(주) 1000만 원 △(주)동화기업 1000만 원 △대한항공 7000만 원 △하나은행 2000만 원 △삼성전자 1억 원 등을 후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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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09~2011년 이어진 노조파괴 전말⋯검찰 수사기록 입수
김한주, 박다솔, 윤지연, 은혜진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 고용노동부 등은 대대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벌였다. 보수단체와 언론, 대기업 및 관계기관 등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파괴에 가담했다. 노조파괴 사건이 벌어진지 10년. 여전히 가해자 처벌은 미미하고, 피해사업장과 노동자들의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워커스》는 최근 증거기록만 7,296쪽, 공판기록은 1,501쪽에 달하는 검찰 수사 자료를 입수했다. 해당 자료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등이 어떻게 노조파괴를 지시하고 실행에 옮겼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전말이 기록 돼 있다. 지금껏 ‘의혹’으로만 존재했던 노조파괴 사건들이 ‘사실’로서 세상에 나오게 된 셈이다.
1. 176개의 문건, “민주노총을 와해하라”
국정원과 청와대는 수백 건의 문건을 공유하며 민주노총 와해 작업을 벌였다. 2010년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동안 176건의 노조파괴 문건을 주고받았다. 한 달에 약 16건의 노조파괴 전략을 만들어 낸 셈이다. 청와대가 국정원에 자료를 보내면, 국정원이 이를 토대로 문건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하는 식이었다.
▲ 국정원이 2010년 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청와대 사회수석실로 전달한 노조파괴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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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노조파괴 전략 중 하나는 ‘민주노총 조직화 차단’이었다. <화물연대 조직력 재건 움직임 선제 제압>(3월), <민노총의 학교 기간제근로자 조직화 기도 차단>(11월) 등의 문건을 만들어 노조 조직화를 막았다. 여론 작업으로 민주노총을 고립시킨다는 전략도 주요했다. 2010년 민주노총이 노조법 재개정 투쟁에 나섰을 당시, 국정원은 <민노총의 개정 노조법 무력화 총력투쟁 조기 제어>라는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해당 문건에는 보수언론과 보수 단체를 통해 ‘민노총이 국민들로부터 고립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노총 탈퇴 작업에도 열을 올렸다. 검찰이 확보한 국정원 내부 문서에는 ‘2009~2011년 당시 민노총 상황’이 기록돼 있다. 국정원은 이를 통해 “민노총 이념·강경투쟁 노선에 염증을 느낀 노조를 대상으로 탈퇴 가능성을 진단, 가능성 있는 회사 위주로 탈퇴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지어 노동조합 조직률 상승을 제어한다는 반사회적 전략을 짜기도 했다. 노조 조직률 증가가 산업현장의 안정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정원이 2010년 8월 작성한 <양 노총의 복수노조 허용 겨냥 세 경쟁에 면밀 대처> 문건에는 한국의 낮은 조직률 현황이 언급돼 있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9.8%(89년)를 기점으로 2007년 10.8%에서 2009년 10.1%로 급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노조 조직률 상승 제어를 위한 여론화를 주문했다. “낮은 노조 조직률로 안정적 노사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선진국(미국 12%, 프랑스 8%) 사례 등을 집중 부각” 하라는 요구였다. 언론을 통해서도 “세 불리기에만 몰두하는 양 노총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2.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킨 21개 노조
국정원의 ‘민주노총 탈퇴 전략’은 현실화됐다. 검찰청 수사기록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정원은 21개 노조를 상대로 민주노총 탈퇴 공작을 벌였다. 국정원의 개입으로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KT, 영진약품, 인천지하철공사 등 14곳이다. 2010년에는 그랜드코리아레저, 발레오전장코리아, 상신브레이크 등 6개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에 관여했다. 2011년에는 국정원의 개입으로 서울지하철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총 32개다. 이 중 절반 가까이에서 국정원의 ‘노조파괴 전략’이 실행됐다는 얘기다. 특히 발레오전장코리아와 상신브레이크는 용역 폭력 등을 동원한 노조파괴가 이어져 당시에도 사회적 논란이 됐었다.
▲ 국정원이 2018년 4월 검찰에 제출한 '수사 참고자료'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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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하기 위해 노조를 회유하거나 압박했다. 영진약품의 경우, 2009년 노사 대표와 접촉해 회사에 부과된 85억 원의 탈세 추징금 납부시한을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설득했다. 201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를 동원해,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압박했다. 그해 국정원은 문체부에 “(그랜드코리아레저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지 않을 시 인센티브를 철회”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실제 그해 1월부터 문체부는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던 장려금을 주지 않겠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장려금 규모는 1인 30만 원, 월 4억 5천만 원에 이른다. 결국 노조는 그해 4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또한 국정원은 고용노동부에 상급단체 탈퇴가 용이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리도록 했다. 2009년 3월 인천지하철공사노조에서는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하는 조합원 투표가 64%로 부결됐다. 안건 의결 요건이 찬성 3분의 2 이상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정원은 상급단체 탈퇴 요건을 기존 ‘3분의 2’에서 ‘과반’으로 유권해석 내리도록 고용노동부를 움직였다. 이에 힘입어 노조는 2009년 4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3. KT, 서울지하철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전말
특히 국정원과 고용노동부는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작업에 공을 들였다. KT노조 위원장 출신이자,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실 정책보좌관을 역임하던 이동걸이 행동대장으로 나섰다. 2008년에 정책보좌관에 앉게 된 이동걸은 <KT노조 선거 관련 참고> 문건을 작성하며 민주노총 탈퇴 작업에 돌입했다. 해당 문건에는 KT노조 동향과 차기 위원장 역할 및 인물 추천 등의 정보가 담겼다. 핵심은 보수파 후보 진영이 당선돼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동걸은 문건에서 ‘한나라당 책임당원 5년 차’인 후보를 추천하며, 차기 위원장은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협력적 관계 선언, 무쟁의선언, 합리적 구조조정, 민주노총 탈퇴”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 이동걸 당시 고용노동부 정책보좌관이 작성한 'KT노조 민주노총 탈퇴 실천방안'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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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 선거에서 사측 후보가 당선된 후에는 <민주노총 탈퇴 실천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2009년 3월 하순으로 예정된 KT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탈퇴 안건’을 상정하기 위한 문건이었다. 여기에는 “반드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를 대의원으로 추천 선출을 유도”하고 “특별결의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 안건 상정 처리를 유도”한다고 적혀 있다. 결국 2009년 4월, 당시 국내 기업 단위노조 중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덩치가 컸던 KT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KT노조 탈퇴 공작을 비롯한 민주노조 와해 작업에 나섰던 이동걸은,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1570만 원씩, 10달 동안 총 1억 5700만 원의 활동 경비를 받았다.
서울지하철의 민주노총 탈퇴 공작은 청와대가 직접 ‘총력 지원’을 했다. 2011년 4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서울메트로노조의 민노총 탈퇴 투표 총력 지원> 문건을 작성했다. 이를 통해 “(민주노총) 탈퇴 시 서울시의 공기업 경영성과 평가 긍정 효과에 따른 성과금 증액”으로 탈퇴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서울지하철노조는 2011년 4월, 민주노총 탈퇴 투표를 진행했으나 찬성 53.02%, 반대 47%로 사실상 부결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또 다시 고용노동부를 앞세워 상급단체 탈퇴에 용이한 유권해석을 내리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과반수 찬성’으로도 상급단체 효력이 발생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이끈 정연수 당시 위원장에게 격려금을 건네기도 했다.
4. 전교조 ‘법외노조화’, 국정원이 기획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기획도 국정원 작품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노동부는 전교조에 세 차례 시정명령을 내렸다.(2010년 3월, 2012년 9월, 2013년 9월) 그리고 2013년 10월 24일,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했다. 첫 번째 시정명령을 내리기 직전인 2010년 1월 22일, 국정원은 청와대에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보고했다. “해직자 노조가입을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이유로 불법단체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이었다.
▲ 2010년 9월 14일 국정원이 작성한 '전교조의 조직 불법단체화 회피전술 조기 무력화'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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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해 9월, 국정원 국익전략실은 청와대에 <전교조의 조직 불법단체화 회피전술 조기 무력화> 문건을 전달했다. 여기서 국정원은 “이번 ‘불법단체 전환’ 추진이 전교조의 비뚤어진 행태를 바로 잡을 기회”라며 “노조설립 취소 이후 ‘전교조=불법단체’임을 강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동부, 교과부와 협조해 교사를 징계하고, 2차 시정명령을 발표한다는 기획도 담겨있다.
▲ 2010년 9월 14일 국정원이 작성한 '전교조의 조직 불법단체화 회피전술 조기 무력화'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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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정부와 국정원에게 ‘혐오’의 대상이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 전교조를 가장 먼저 척결해야할 ‘3대 종북 세력’으로 꼽았다. 각종 내부 회의에서 전교조 척결의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국정원은 전교조 와해 활동에 나서줄 ‘보수단체’를 지원하고 육성했다. 전교조 탄압을 위해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지원한 돈만 2억 여 원에 달한다. 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총 8개의 보수·학부모 단체가 전교조 조합원 고발과 집회·시위, 전교조 퇴출 여론 조성 행사 등을 벌이는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2억 640만 원을 받았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단체는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교학연)’이다. 이들은 8번에 걸쳐 전교조 흠집 내기 사업을 벌여, 76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국정원은 전교조로부터 고발당한 교학연의 법률비용과 피켓시위 비용 등을 지원하고, ‘특별 격려금’까지 지급했다.
5. 공무원노조의 출범 저지, 노조 간부 해임에도 개입
국정원은 공무원노조의 출범을 방해하고 노조 간부 해임 등에 관여했다. 검찰 수사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전국통합공무원노조(공무원노조)’ 출범 총투표를 앞두고 중앙행정기관장 등을 접촉해 조합원들의 총투표 불참과 출범 반대투표를 유도했다. 민주노총 가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총투표가 가결된 2009년 9월 이후에는 국정원 직원을 통해 조합원 탈퇴를 유도했고,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의 불법성 등 홍보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2009년 10월)했다.
▲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국민노총 출범비용 지원 등 예산유용 부분 조사결과’ 수사 참고자료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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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공무원노조 간부 해임에도 개입했다. 안양시는 2010년 2월 라일하 당시 공무원노조 1기 사무처장에게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행안부는 징계 수위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6일 뒤 재심을 요청했다. 행안부가 경기도에 재심을 요청한 날은, 국정원이 행안부에 징계 재심을 독려한 날이기도 하다. 또 국정원은 경기도에도 중징계를 독려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원은 2009년 양성윤 당시 공무원노조 1기 위원장 후보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하기도 했다. 양천구청이 양 씨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자, 양천구청 담당 국정원 직원은 양천구청에 징계 절차 속행을 독려했다.
이 밖에도 국정원은 청와대에 공무원노조 설립 신고 반려의 필요성을 제언하는 문건을 전달했다. 공무원노조는 2009년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노동부에 총 5차례 노조 설립 신고를 냈다. 하지만 해직 공무원의 활동 등을 이유로 모두 반려 처분됐다. 또 정부는 2009년에서 2016년까지 ‘공무원 노사관계 정부 TF’를 운영해 공무원노조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노동부, 행안부, 경찰청 등이 참여한 해당 회의에서는 공무원노조 설립 신고 시 반려 사유 검토 및 반려처분 등이 논의됐다.
6. 청와대-국정원-고용노동부, 관변노총인 ‘국민노총’ 설립 지시
청와대-국정원-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 와해를 위해 ‘관변노총’도 만들었다. 2010년 3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현안자료> 문건을 통해 제3노총(국민노총) 준비 단체인 ‘새희망노동연대’를 활용해 민주노총을 견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언론을 통해 단체를 홍보하고, 노동부와 경총이 ‘측면지원’을 한다는 전략이었다. 6개월 뒤에는 국정원이 청와대의 지시를 구체화했다. 그해 9월, 국정원은 <새희망노동연대 지원 강화로 민노총 고립 가속화 문건>을 작성해 “새희망노동연대를 강성 노동계의 분열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제3노총’의 닻을 올리고, 민주노총 내 온건세력을 흡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새희망노동연대’은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를 주도한 정연수 전 노조위원장 등이 중심이 돼 만든 단체다.
▲ 2010년 9월 7일 국정원 국익전략실이 작성한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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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노총 설립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사항이기도 했다. 2011년 2월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에는 “최근 대통령께서 임태희 (대통령)실장·박재완 (노동부)장관에게 노총·민노총을 뛰어넘는 제3노총 출범지원을 지시하신 바 있다”고 나와 있다.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이채필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은 임태희 당시 대통령 실장을 통해 국정원에 국민노총 출범예산 중 3억 원을 지원해 줄 것을 전했다. 이후 임태희 실장은 민병환 당시 국정원 2차장을 만나 관련 내용을 전달했고, 국정원은 국민노총 설립 지원에 총 4억 1000만 원의 경비가 필요하다는 문건을 작성했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승인이 떨어지면서, 국정원은 2011년 4월부터 이동걸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실 정책보좌관에게 매달 현금으로 1570만 원 씩, 총 1억 5700만 원을 지급했다. KT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공작을 꾸몄던 이동걸은, 국민노총 설립에 있어서도 ‘행동대장’의 역할을 맡았다.
7. 대통령과 국정원의 유성기업 노조파괴
2011년 국정원은 유성기업의 노조파괴에도 개입했다. 심지어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 노조파괴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그해 5월 18일, 유성기업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용역을 투입했다. 그 과정에서 용역이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을 차로 치고 달아나는 등, 심각한 폭력이 발생해 13명의 노동자가 중상을 입기도 했다. 용역 폭력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일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라디오 연설을 통해 “연봉 7천 만 원을 받는다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이어서 “기업 한 곳의 파업으로 전체 산업을 뒤흔들려는 시도는 이제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 국정원이 2018년 4월 검찰에 제출한 '수사 참고자료'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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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노조파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등의 공모에 따른 것이었다. 검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해 5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국정원 정 모 처장은 창노컨설팅 심종두 대표에게 연락해 노조 파업 정보를 메일로 수신했다. 정 모 처장은 심종두과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정 처장이 1999년 경총 담당 국정원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당시 노사대화국장이던 심종두와 친분을 쌓았다. 창조컨설팅은 노조파괴를 위해 정부와 국정원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국정원·노동부·경찰청·검찰 등 유관기관의 원활한 협력 체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창조컨설팅이 노조파괴 컨설팅 비용으로 유성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은 13억 원에 달했다. 2011년 직장폐쇄와 용역폭력, 제2노조 설립을 시작으로 유성기업에서는 9년째 노조파괴에 맞선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폭력에 노출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결국 2017년 2월 17일,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은 부당노동행위 유죄 인정을 받고 징역 1년 2개월을 복역했다. 현재는 창조컨설팅에 13억 원을 지급한 혐의로 1년 4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돼 구속수감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6개월 감형된 솜방망이 처벌이었고, 현재까지 현장에서는 노조파괴에 따른 혼란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 및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8. 노조 규탄한 보수단체는 기업지원 대상
국정원은 노조탄압을 위해 대기업의 ‘돈줄’로 보수단체를 키웠다. 기업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국정원의 ‘매칭사업’을 통해서였다. 해당 사업을 지시한 곳은 청와대였다. 국정원이 2009년 작성한 <보수단체 자금 관련 청와대 협조 요청 사항 검토> 문건에는 청와대가 공기업 좌파 단체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고 보수단체(27개) 및 인터넷 매체(12개) 쪽으로 물꼬를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1년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국정원은 그해 43개 단체에 삼성 등의 기업을 매칭해 36억 6000만 원을 후원하도록 했고, 2010년에는 32억 3500만 원을 매칭시켰다.
▲ 국정원이 2010년 작성한 '기업별 지원대상 단체 및 금액'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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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원을 받은 단체들은 국정원의 지시에 따라 노조파괴 활동을 전개했다. 전교조 규탄 활동을 벌여온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LG로부터 2억 원(2012년 9월경~2013년 10월경)과, GS 계열사인 GS홈쇼핑으로부터 3000만 원(2011년 7월)을 지원받았다. 국정원은 보수단체 ‘라이트코리아(Right Korea)’를 동원해 ‘공무원노조 해체 및 민주노총 가입 규탄 집회’를 유도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2010년 <기업별 지원대상 단체 및 금액> 문건에는 롯데와 한화가 ‘라이트코리아’에 각각 5천만 원의 금액을 지원하는 방안이 나와 있다.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육성과 외연 확장 사업의 중심에는 국정원이 만든 ‘국가발전협의회(국발협)’가 있었다. 2009년 9월경, 원세훈 전 원장이 “국가정체성 확립을 위한 보수단체 육성·지원을 강조, 신규단체 출범 등 보수단체 외연 확장”을 지시하면서 국발협이 설립됐다. 국발협이 2010년 작성한 <국발협 주요 현안> 문건에는 전경련으로부터 1억 원을 지원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검찰이 입수한 국발협 계좌 내역에 따르면 국발협은 △(주)엠아이피자원 3회에 걸쳐 500만 원씩 합계 1500만 원 △현대자동차(주) 총 8590만 원 △기아자동차(주) 1000만 원 △(주)동화기업 1000만 원 △대한항공 7000만 원 △하나은행 2000만 원 △삼성전자 1억 원 등을 후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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