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 분의 1초, 원자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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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진 '펨토초 X선 산란법' 이용해 화학반응 전 과정 관측 성공
"거대분자에서 일어나는 반응·촉매분자의 반응 등 규명해 나갈 것"김종구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선임연구원이 지난 24일 세종시 어진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 '분자가 탄생하는 모든 순간 포착 성공'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1000조분의 1초를 관측할 수 있는 특수광원으로 화학결합 생성의 전 과정 관측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2020.6.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1000조 분의 1초 시간 간격 수준으로 원자들이 움직이는 과정을 순간 포착해 화학반응과정을 더 면밀히 살필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의 이효철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화학 반응 과정에서 원자·분자가 어떻게 움직이고 결합하는지 실시간에 가깝게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2005년에는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을, 2015년에는 화학결합으로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원자 수준에서 관측한 바 있다. 2005년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2015년 연구는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지난 연구에 이어 이번에는 화학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원자의 위치와 원자간 거리, 움직임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는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구성한다. 이때 원자는 1000조 분의 1초(펨토초, fs) 초에 100억분의 1미터(옹스트롬, Å) 수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화학반응과정 중인 전이상태(transition state)의 물질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형성되기 때문에 관찰이 더욱 까다롭다.
카메라 셔터가 열리는 순간 필름·이미지 센서로 빛이 들어오고 찰칵 닫히는 순간 빛이 차단된다. 셔터가 열려서 닫히는 시간이 길수록 빛이 많이 들어오지만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때는 잔상이 남는다. 셔터를 여닫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짧은 순간의 빛만을 담을 수 있어 잔상없이 깨끗하게 찍어낼 수 있다.
과학자들이 원자·분자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의 하나는 X선 산란법이다. X선 산란법은 구조를 알고 싶은 물질에 X선을 쬐어주고 나오는 신호를 분석해 구조를 분석해내는 기술이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이 방법으로 알아냈다.
카메라로 순간 포착을 하기위해 셔터를 빠르게 여닫아 짧은 순간의 빛(광선)을 이용하는 것처럼 아주 짧은 순간의 X선을 이용하면 순간순간의 물질 변화를 관측 할 수 있다. 연구진의 목적은 펨토초 단위 규모의 화학 반응과정을 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펨토초 수준의 짧은 시간 동안만 나오는 X선으로 만들어지는 'X선 펄스'가 필요해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 자유전자레이저의 펄스를 이용했다.
펨토초 엑스선 산란법 실험 모식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0.06.25 / 뉴스1
연구진은 이러한 X선 펄스를 이용한 '펨토초 X선 산란법'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금 삼합체(gold trimer) 분자의 형성과정을 관찰했다. 금 삽합체는 세 개의 금 원자로 이뤄진 화합물로 수용액 상에서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다가 빛(레이저)을 가하면 화학결합을 시작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진은 반응을 촉발하기 위한 레이저를 금 삼합체 수용액에 가해주고 이어 X선 펄스를 이용해 회절 신호를 측정·분석했다. 그 결과 세 개의 금 원자를 이어주는 두 개의 화학결합이 동시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35펨토초만에 결합 하나가 먼저 만들어지고, 360펨토초 뒤 나머지 결합이 순차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관측했다.
또한 화학결합이 형성된 후 원자들이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금 원자들이 스프링 진동하듯 분자 내 원자간 거리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진동 운동을 하고 있음도 관측했다.
금 삼합체 분자 형성 과정 포착 설명 자료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K) 제작,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0.06.25 / 뉴스1
관측·분석할 수 있는 시간 간격의 최소단위를 시간 분해능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2015년 연구에서는 시간 분해능이 500펨토초로 제한됐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150펨토초까지 가능했다"며 "타임 슬라이싱 기법을 이용해 촘촘하게 측정해 (시간 분해능보다) 더 작은 시간의 상황까지 추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단백질과 같은 거대분자에서 일어나는 반응·촉매분자의 반응 등 다양한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제1저자인 김종구 선임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연구한 결과 반응 중인 분자의 진동과 반응 경로를 직접 추적하는 '펨토초 엑스선 회절법'을 완성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유기‧무기 촉매 반응과 체내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반응들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게 되면, 효율이 좋은 촉매와 단백질 반응과 관련된 신약 개발 등을 위한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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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진 '펨토초 X선 산란법' 이용해 화학반응 전 과정 관측 성공
"거대분자에서 일어나는 반응·촉매분자의 반응 등 규명해 나갈 것"김종구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선임연구원이 지난 24일 세종시 어진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 '분자가 탄생하는 모든 순간 포착 성공'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구팀은 1000조분의 1초를 관측할 수 있는 특수광원으로 화학결합 생성의 전 과정 관측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2020.6.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1000조 분의 1초 시간 간격 수준으로 원자들이 움직이는 과정을 순간 포착해 화학반응과정을 더 면밀히 살필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의 이효철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화학 반응 과정에서 원자·분자가 어떻게 움직이고 결합하는지 실시간에 가깝게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진은 2005년에는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을, 2015년에는 화학결합으로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을 원자 수준에서 관측한 바 있다. 2005년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2015년 연구는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지난 연구에 이어 이번에는 화학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원자의 위치와 원자간 거리, 움직임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원자는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를 구성한다. 이때 원자는 1000조 분의 1초(펨토초, fs) 초에 100억분의 1미터(옹스트롬, Å) 수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화학반응과정 중인 전이상태(transition state)의 물질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형성되기 때문에 관찰이 더욱 까다롭다.
카메라 셔터가 열리는 순간 필름·이미지 센서로 빛이 들어오고 찰칵 닫히는 순간 빛이 차단된다. 셔터가 열려서 닫히는 시간이 길수록 빛이 많이 들어오지만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때는 잔상이 남는다. 셔터를 여닫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짧은 순간의 빛만을 담을 수 있어 잔상없이 깨끗하게 찍어낼 수 있다.
과학자들이 원자·분자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의 하나는 X선 산란법이다. X선 산란법은 구조를 알고 싶은 물질에 X선을 쬐어주고 나오는 신호를 분석해 구조를 분석해내는 기술이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이 방법으로 알아냈다.
카메라로 순간 포착을 하기위해 셔터를 빠르게 여닫아 짧은 순간의 빛(광선)을 이용하는 것처럼 아주 짧은 순간의 X선을 이용하면 순간순간의 물질 변화를 관측 할 수 있다. 연구진의 목적은 펨토초 단위 규모의 화학 반응과정을 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펨토초 수준의 짧은 시간 동안만 나오는 X선으로 만들어지는 'X선 펄스'가 필요해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 자유전자레이저의 펄스를 이용했다.
펨토초 엑스선 산란법 실험 모식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0.06.25 / 뉴스1
연구진은 이러한 X선 펄스를 이용한 '펨토초 X선 산란법'을 사용했다. 연구진은 금 삼합체(gold trimer) 분자의 형성과정을 관찰했다. 금 삽합체는 세 개의 금 원자로 이뤄진 화합물로 수용액 상에서 가까운 곳에 흩어져 있다가 빛(레이저)을 가하면 화학결합을 시작하는 특징이 있다.
연구진은 반응을 촉발하기 위한 레이저를 금 삼합체 수용액에 가해주고 이어 X선 펄스를 이용해 회절 신호를 측정·분석했다. 그 결과 세 개의 금 원자를 이어주는 두 개의 화학결합이 동시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35펨토초만에 결합 하나가 먼저 만들어지고, 360펨토초 뒤 나머지 결합이 순차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관측했다.
또한 화학결합이 형성된 후 원자들이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고 금 원자들이 스프링 진동하듯 분자 내 원자간 거리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진동 운동을 하고 있음도 관측했다.
금 삼합체 분자 형성 과정 포착 설명 자료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K) 제작,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0.06.25 / 뉴스1
관측·분석할 수 있는 시간 간격의 최소단위를 시간 분해능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2015년 연구에서는 시간 분해능이 500펨토초로 제한됐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150펨토초까지 가능했다"며 "타임 슬라이싱 기법을 이용해 촘촘하게 측정해 (시간 분해능보다) 더 작은 시간의 상황까지 추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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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삼성전자·IBS 참여 국제 연구팀…비정질 질화붕소 절연체 개발
반도체 소형화 난제 '내부 전기 간섭' 최소화 신소재 찾아신현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가 지난 24일 세종시 어진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돌파 가능한 신소재 개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 교수는 "현재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절연체는 다공성 유기규산염으로 유전율이 2.5수준이지만 공동연구팀이 합성한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은 1.78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유전율 2.5 이하의 신소재를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6.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국내 기업·대학·연구소가 힘을 합쳐 반도체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냈다. 이번에 개발된 '저 유전율 물질'은 반도체 소자 소형화의 난제인 '내부 전기 간섭 현상'을 최소화해 더 작고 더 빠른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동시에 이 소재는 발열로 인한 반도체 수명 저하를 풀 가능성도 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의 신현석 교수 연구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신현진 전문연구원팀,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이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소자를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는 '초 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반도체는 소자의 전기적 특성이 변하는 것을 이용해 0과 1을 표현해 일상 속의 여러가지 신호를 디지털로 바꿔준다. 반도체를 비롯한 트랜지스터가 0과 1을 바꾸는 속도가 빠를수록 더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하다.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달하며 더 빠르고 많은 양의 정보처리·연산능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반도체 칩의 연산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칩에 들어가는 집적회로 소자 수를 늘리거나 칩 설계 효율화, 소자 성능 개선 등 연구가 필요하다. 더 작은 칩에 더 많은 소자를 넣는 '반도체 집적화'가 진행될수록 설계 효율화 같은 회로적 특성뿐 아니라 소자에 들어가는 원료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기술개발이 중요해졌다.
소자가 작아질수록 규모가 클 때는 무시할 수 있었던 내부 전기 간섭 현상이 심해진다. 현재 같은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이 현상이 크게 작용해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외부 전기장에 반응하는 민감도인 유전율이 낮을수록 간섭현상이 줄어든다. 낮은 유전율을 가진 신소재 도입이 반도체 한계 극복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2015년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에 발간하는 보고서 ITRS에서는 반도체에 들어가는 절연체의 유전율을 낮추는 게 향후 반도체 집적도 향상의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유전율이 2.0 이하인 물질을 2028년까지 상용화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비정질 질화붕소(a-BN)의 성질 (a) a-BN의 유전상수 낮을 수록 반도체 절연체로 유용하다 (b) 기존 저유전 소재와 a-BN의 밀도 및 유전상수 비교 데이터. (c) 기존 저유전 소재와 a-BN의 breakdown field 비교값(소재 양쪽에 전압을 걸었을 때 전류를 흐르지 않게 버티는 정도와 관련된 물리량) (d) 소자를 600도로 가열해도 코발트(Co) 금속 원자가 실리콘(Si) 기판으로 이동 못하도록 a-BN이 장벽 역할하는 것을 보여주는 전자현미경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06.24 / 뉴스1
공동 연구진은 유전율이 1.78인 '비정질 질화붕소(a-BN) 소재'를 발견했고 유전율이 낮은 원인까지 규명해냈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다공성 유기규산염(p-SiCOH)은 유전율이 2.5 수준이다.
비정질 질화붕소는 질소와 붕소가 불규칙하게 배치된 물질이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홍석모 UNIST 박사과정 연구원은 "낮은 온도에서 육방정계 질화붕소(화이트 그래핀)가 기판에 얇은 막을 형성(증착)하는 지 연구하던 중 우연히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 특성을 발견했고 반도체 절연체로써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연구과정을 밝혔다.
연구진은 이론적 계산과 포항가속기연구소 빔라인을 활용해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 때문에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교신저자인 신 교수는 "유전체로 쓰이는 부도체가 전기장에 들어가면 미세하게 전하를 띄게되는 분극현상이 나타난다"며 "(비정질 질화붕소) 배열의 불규칙성으로 분극 현상이 일어나도 서로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소재는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어 유전율을 낮추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럴 경우 강도가 약해진다. 비정질 질화붕소는 물질 자체의 유전율이 낮아 공기 구멍을 넣지 않아도 돼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비정질 질화붕소는 반도체 소자 내의 금속 원자가 열을 받아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는 '금속 확산' 현상을 막는 장벽처럼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세회로에서의 금속 확산은 발열로 인한 전자 제품 성능 감소 및 수명 단축의 요인 중 하나다.
반도체 산업의 난제를 풀어낼 가능성을 내비친 이번 연구는 실험실 규모로 이뤄졌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규모를 키우고 효율적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교신저자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반도체 산업계에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지던 부분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가 상호 협력해 해결방안을 찾아낸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유럽연합의 그래핀 연구 프로젝트(Graphene Flagship)파트너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매니쉬 초왈라 교수와 스페인 카탈루냐 나노과학기술연구소 스테판 로슈 교수가 참여해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실, 중견 연구 지원 사업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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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삼성전자·IBS 참여 국제 연구팀…비정질 질화붕소 절연체 개발
반도체 소형화 난제 '내부 전기 간섭' 최소화 신소재 찾아신현석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교수가 지난 24일 세종시 어진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돌파 가능한 신소재 개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 교수는 "현재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절연체는 다공성 유기규산염으로 유전율이 2.5수준이지만 공동연구팀이 합성한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은 1.78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유전율 2.5 이하의 신소재를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6.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국내 기업·대학·연구소가 힘을 합쳐 반도체 기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냈다. 이번에 개발된 '저 유전율 물질'은 반도체 소자 소형화의 난제인 '내부 전기 간섭 현상'을 최소화해 더 작고 더 빠른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동시에 이 소재는 발열로 인한 반도체 수명 저하를 풀 가능성도 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의 신현석 교수 연구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신현진 전문연구원팀,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이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소자를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는 '초 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반도체는 소자의 전기적 특성이 변하는 것을 이용해 0과 1을 표현해 일상 속의 여러가지 신호를 디지털로 바꿔준다. 반도체를 비롯한 트랜지스터가 0과 1을 바꾸는 속도가 빠를수록 더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하다.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달하며 더 빠르고 많은 양의 정보처리·연산능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반도체 칩의 연산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칩에 들어가는 집적회로 소자 수를 늘리거나 칩 설계 효율화, 소자 성능 개선 등 연구가 필요하다. 더 작은 칩에 더 많은 소자를 넣는 '반도체 집적화'가 진행될수록 설계 효율화 같은 회로적 특성뿐 아니라 소자에 들어가는 원료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기술개발이 중요해졌다.
소자가 작아질수록 규모가 클 때는 무시할 수 있었던 내부 전기 간섭 현상이 심해진다. 현재 같은 나노미터 단위의 반도체 공정에서는 이 현상이 크게 작용해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외부 전기장에 반응하는 민감도인 유전율이 낮을수록 간섭현상이 줄어든다. 낮은 유전율을 가진 신소재 도입이 반도체 한계 극복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2015년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에 발간하는 보고서 ITRS에서는 반도체에 들어가는 절연체의 유전율을 낮추는 게 향후 반도체 집적도 향상의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유전율이 2.0 이하인 물질을 2028년까지 상용화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비정질 질화붕소(a-BN)의 성질 (a) a-BN의 유전상수 낮을 수록 반도체 절연체로 유용하다 (b) 기존 저유전 소재와 a-BN의 밀도 및 유전상수 비교 데이터. (c) 기존 저유전 소재와 a-BN의 breakdown field 비교값(소재 양쪽에 전압을 걸었을 때 전류를 흐르지 않게 버티는 정도와 관련된 물리량) (d) 소자를 600도로 가열해도 코발트(Co) 금속 원자가 실리콘(Si) 기판으로 이동 못하도록 a-BN이 장벽 역할하는 것을 보여주는 전자현미경 사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06.24 / 뉴스1
공동 연구진은 유전율이 1.78인 '비정질 질화붕소(a-BN) 소재'를 발견했고 유전율이 낮은 원인까지 규명해냈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다공성 유기규산염(p-SiCOH)은 유전율이 2.5 수준이다.
비정질 질화붕소는 질소와 붕소가 불규칙하게 배치된 물질이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홍석모 UNIST 박사과정 연구원은 "낮은 온도에서 육방정계 질화붕소(화이트 그래핀)가 기판에 얇은 막을 형성(증착)하는 지 연구하던 중 우연히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 특성을 발견했고 반도체 절연체로써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연구과정을 밝혔다.
연구진은 이론적 계산과 포항가속기연구소 빔라인을 활용해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 때문에 비정질 질화붕소의 유전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교신저자인 신 교수는 "유전체로 쓰이는 부도체가 전기장에 들어가면 미세하게 전하를 띄게되는 분극현상이 나타난다"며 "(비정질 질화붕소) 배열의 불규칙성으로 분극 현상이 일어나도 서로 상쇄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소재는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어 유전율을 낮추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럴 경우 강도가 약해진다. 비정질 질화붕소는 물질 자체의 유전율이 낮아 공기 구멍을 넣지 않아도 돼 더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비정질 질화붕소는 반도체 소자 내의 금속 원자가 열을 받아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는 '금속 확산' 현상을 막는 장벽처럼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미세회로에서의 금속 확산은 발열로 인한 전자 제품 성능 감소 및 수명 단축의 요인 중 하나다.
반도체 산업의 난제를 풀어낼 가능성을 내비친 이번 연구는 실험실 규모로 이뤄졌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규모를 키우고 효율적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교신저자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반도체 산업계에서 기술적 난제로 여겨지던 부분에 대해 학계와 산업계가 상호 협력해 해결방안을 찾아낸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유럽연합의 그래핀 연구 프로젝트(Graphene Flagship)파트너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매니쉬 초왈라 교수와 스페인 카탈루냐 나노과학기술연구소 스테판 로슈 교수가 참여해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실, 중견 연구 지원 사업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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