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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 양상 띠며 인수합병 무산 가능성 커져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제공.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에 관여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 등이 공개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맺은 이후 지금껏 세부적인 경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6일 이스타항공 경영진과 제주항공 쪽 간의 논의가 담긴 회의록 두 건과 녹취파일 한 건을 공개했다. 우선 두 회사간 인수 계약이 체결된 지 7일 뒤인 지난 3월9일 작성된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기재 축소(4대)에 따른 직원 구조조정을 요구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요구에 대해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구조조정 계획이 있으나 급여 체납 탓에 시행 시점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내용도 이 회의록에는 담겨 있다. 또 제주항공이 50억원을 빌려줄 경우 해당 대금은 구조조정 관련 인건비로만 쓴다는 계획도 담았다. 작성 시점이 특정되지 않은 또다른 회의록 문건에는 운항 승무직 90명(기장 33명, 부기장 36명, 수습 부기장 21명)과 객실 승무직 109명, 정비직 17명, 일반직 189명 등 직군별 희망퇴직 규모와 보상액이 적혀 있었다. 모두 405명에게 총 52억5천만원을 보상하는 방안이다. 이런 보상 계획 수립에 제주항공도 참여했던 셈이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제공.

녹취파일에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셧다운(운항정지)를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3월20일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국내선 슬롯 중요한 게 몇 개 있는데 이런 게 없어지면 엠엔에이(M&A)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지만, 이 대표는 “그건 저희가 각오하고 있다. 저희가 국토부(국토교통부)에 달려가서 뚫겠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오는 15일까지 체불임금 등 1천억원의 미납금을 해결하라며 ‘최후통첩’을 보낸 뒤, 이스타항공 내부에서 이런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그간 협상을 깨지 않기 위해 주장 이상의 증거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매각이 무산 수순으로 치닫자 상대방의 귀책을 강조해 제주항공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이르면 7일 셧다운 지시 등과 관련한 회사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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