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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민주노총이 끝내 걷어찼다.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는 23일 노사정 합의안 승인 안건을 상정해 찬성 499표, 반대 805표로 부결시켰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제안으로 시작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40여 일간의 논의를 거쳐 노동계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 합의안을 만들었는데도 민주노총은 결국 이를 거부했다. 이 결과에 책임을 지고 김 위원장은 24일 사퇴했는데 이번 일은 민주노총 신뢰도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노사정이 만든 잠정 합의안에는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한 협력 방안이 담겨 있다. 지난 1일 노사정 대표자들이 서명할 예정이었는데 금속노조를 포함한 민주노총 내 강성 조합원들이 반대하면서 김 위원장을 사실상 감금해 합의문 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내 강경파의 독선과 비민주적인 행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이 "소수 간부 중심의 정파 조직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며 민주노총 의사결정 방식을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했을 정도다.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는 강경파는 민주노총이 요구해온 '해고 금지'가 합의문에서 '고용 유지'라는 용어로 대체된 사실을 집중 공격했다. 또 기업의 노동시간 단축과 휴업 등에 노동계가 협력하기로 한 내용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반발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침체가 겹친 가운데 기업들은 지금 전무후무한 위기를 맞고 있다. 법원에 올해 상반기 중 접수된 기업 파산신청은 500건을 넘어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노동계가 자신들 주장을 모조리 관철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국민들에게 황당한 모습으로 비칠 뿐이다. 이러고도 민주노총이 경제위기 극복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게 된다. 민주노총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사회적 합의에 참여한 뒤로는 줄곧 노사정 대화기구를 외면해왔다. 최근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상급 단체와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며 민주노총을 탈퇴했는데 노동자 권익 증진을 위한 대화와 타협마저 거부한다면 이런 이탈은 계속될 것이다. 무조건 반대만 외친다면 결국에는 노동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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