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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예고·권고 무시, 백신확보 골든타임 넘겨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공직 보신주의 팽배
언론 탓 말고 신뢰확보 우선, 투명·신속한 대응돼야정부가 그리 홍보하던 이른바 K방역이 위기에 봉착했다. 호언하던 백신은 접종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이 지속될 전망이다.

급격히 늘어난 감염자로 부족한 병상에 기다림 끝 대기 중 사망이라는 비보를 전했다. 바이러스와의 오랜 사투로 의료진들은 지쳐가고 병상과 특수시설·기자재, 전문 의료진마저 부족한 상황이 현실이 됐다.

이미 전문가들이 지난 1차 코로나19 대구지역 사태를 겪으며 예견하고 권고했던 일들이다.

서울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423명을 기록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정부는 불과 얼마 전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희망의 K방역을 말했지만 실상은 너무 달랐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킬 가장 중요한 방안인 백신 공급계약이 골든타임을 넘기면서 비상사태를 맞았으며 스스로 방역단계 고삐를 허문 탓에 감염자는 급속히 증가했다.

뒤늦게 정부는 국무총리 發로 “미국·영국 등에 비해 확진자가 적어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안 한 측면이 있다”고 현실인식 부재를 인정했지만 아무도 책임은 지지 않는 모양새다.

언제부턴가 공직사회에서 책임질 일은 하지 않으려하는 보신주의가 팽배하다. 전 정권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재정악화에 따른 내부 성찰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됐고, 원전 축소 결정을 둘러싼 논란만 봐도 상식적으로 공무원의 자발적인 문건 삭제로 보는 이는 없지만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구조다.

이를 두고 어느 진보학자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공무원들의) 준법 자율성을 말살해 ‘영혼 없는 꼭두각시’로 만드는 중대 범죄행위”라고도 일침을 가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특히 전대미문의 처음 겪는 일이자 중대한 사안으로, 대응책과 대안 모색은 다각도·단계별로 준비하고 사안에 따라 미흡하고 잘못됐을 때는 수정·보완하면서 국민들의 참여와 질서를 구하면 되는 일이다.

초기 대응에 K방역이란말로 전 세계 모범이 됐다며 홍보했던 성과는 그리 다함께 힘을 합한 결과다. 이 같은 성과는 신뢰가 바탕이 됐다. 정부를 믿고 국민이 행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신뢰는 깨졌다. 백신공급이 문제없다던 관계자의 말은 자꾸 바뀌었고 부족한 병상과 의료진에 대한 지적이 끈이질 않았지만 개선되지 않았으며 왜 그리 됐는지 과정을 말해주는 이도, 책임자의 설명도 없다.

이제와 민간 컨테이너 병상 30개 확보, 수련의 현장 투입, 최대한도의 백신 확보 등등의 얘기가 들려온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도 나왔다.

그럼에도 마지막 실기를 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그간의 과정을 솔직히, 소상히 알리고 대응계획을 설명하는 등 책임 있는 자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일은 코로나19 종식이라는 명제가 최우선 돼야 하는데, 이 같은 가장 큰 중대사에 대통령이 아닌 총리가 나서는 것도 국민들이 볼 때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여당 인사 또한 마찬가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공식 석상에서 일부 언론기사를 언급하며 “K-방역을 조롱하고 정부 방역 실패라는 낙인을 찍어서 국민의 신뢰를 흔드는 것은 전형적 혹세무민 행태”라면서 관련 보도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공정한 보도로 코로나19를 극복하게 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설령 김 원내대표 말대로 언론이 제시한 통계치가 잘못됐으면 바로 잡으면 될 일이다. K-방역을 비판하면 공정보도가 아니라는 식의 발상도 문제다.

이미 백신확보를 실기한 만큼 투명하고 신속한 대응만이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물론 책임 있는 자의 반성과 시인도 전제돼야 한다. 안 그러면 K-방역의 주체인 높은 시민의식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데일리안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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