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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병휘
작성일
20-09-25 11:54
조회
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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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경영학박사 신기철]
뉴욕 번화가에 눈 먼 노숙인이 구걸하고 있었다. 좀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나가던 여성이 종이 보드를 유심히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시각 장애인 입니다. 도와주세요.” 그녀는 종이 보드 뒤편에 이렇게 다시 썼다. “정말 아름다운 날이에요! 하지만 저는 볼 수가 없답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노숙인 앞에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빨라졌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여성이 쓴 글이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관계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를 분해했을 때 그 안에 남는 씨앗은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를 만드는 힘은 바로 ‘공감’이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내가 공감 받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 우린 불편하거나 불쾌하다. 집단에서 다른 사람들이 서로 공유하고 말하는 내용을 한 사람만 모르고 있을 때, 그 사람은 뺨을 맞은 것 같은 당혹감에 휩싸인다고 한다.

이해와 공감은 다르다. 이해는 그 감정이 들게끔 하는 경위를 아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감정을 내가 공감 할 수 없어도 감정이 도출된 경위만 안다면 이해 할 수 있다.

반면 공감은 타인의 행동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자 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다. 공감 없는 이해는 있어도 이해 없는 공감은 없다는 이야기다. 지나가는 여성이 다시 쓴 글은 노숙인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고객의 마음을 읽다

어느 슈퍼마켓에 사람들이 딸기를 사러 줄지어 서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딸기 꼭지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슈퍼 주인은 엄마와 밭에 가서 딸기 따던 것이 생각났다고 했다. 도시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계절을 잊고 산다. 봄이 와도 딸기 밭에 갈 여유가 없다. 슈퍼주인은 딸기 꼭지 따는 체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봄의 향기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의 마음을 읽은 것이었다.

‘직수형 온정수기’에서는 섭씨 90℃ 가량의 온수를 받아 쓸 수 있다. 이 제품 출시 당시만 해도 직수형 정수기에는 온수기능이 없었다.

기업은 커피, 분유 등을 타거나 컵라면을 끓여먹는 소비자를 조사했다. 설문조사 결과 온수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온수기능의 파격을 선택했다. 고객과 공감하되 제품은 차별화 한 경우다.

공감하되 차별화해야

기업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고객 문제가 세상의 제품 및 서비스와 어긋나는 접점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고의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승자가 아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바로 승자다. 공감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과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액티브 워시’ 세탁기 광고를 처음 봤을 때 ‘그렇지!’ 하고 생각했었다. 와이셔츠는 목둘레의 묵은 때가 가장 신경 쓰인다. 주부는 어떻게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일까. 표본가정 14곳을 관찰했다. 2주간의 관찰 결과 세탁기를 돌리기 전에 옆에 쪼그리고 앉아 손빨래하는 주부의 모습을 보았다. 개발자는 주부의 심정을 읽었다.

결국 세탁기 위에서 와이셔츠 목 때를 손빨래한 뒤 곧바로 세탁통에 집어넣을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이 제품으로 인해 해당기업의 당시 세탁기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60%이상 증가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했기에 가능한 혁신이었다.

사람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공감하면 의미 있는 혁신이 일어난다. 소비자와 공감할 때만 그들을 진정으로 알 수 있다. 성공한 기업가들은 소비자와의 공감에 대해서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박철근 (konp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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