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8일 남북한 음악인, 예술의전당에 함께 서다 [오래 전 '이날']
- 작성자
- 경다원
- 작성일
- 20-12-08 09:53
- 조회
- 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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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18년 2월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다. 소녀시대 서현이 북측 예술단원과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서성일 기자
■1990년 12월8일 남북한 음악인, 예술의전당에 함께 서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에 올랐던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을 기억하시나요? 북측 예술단이 휴전선 남쪽에서 무대에 오른 게 2002년 이후 16년 만이라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현송월 단장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까지 기사가 될 정도였죠.
30년 전 오늘도 판문점을 거쳐 서울에 북한 음악인들이 왔습니다. 이날 경향신문엔 북한 음악가, 기자단 등 33명으로 구성된 ‘평양민족음악단’이 서울에 도착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다음날 서울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 음악인들이 한 무대에 서는 음악회가 열렸거든요.
이날 오전 9시20분쯤 개성에서 온 북측 환송단 70여명이 북측 판문각 2층 난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대~50대 여성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한 손엔 조화를 들었죠. 이들은 포즈를 취해달라는 남측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조화를 흔들었습니다. 오전 9시40분쯤부턴 판문각 앞에 개성시예술단 300여명과 취주단 30명이 나와 ‘조국은 하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연주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전 10시가 되자 북한 음악인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남북한 대표들은 “우리의 만남이 통일을 앞당기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며 악수를 나눴습니다. 북한 음악인들을 태운 차량은 통일로를 통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대표단 차량이 통일로를 지나자 통일로에 있던 다른 차량들이 반대 차선에 정차하기도 하고, 일부 운전자들은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손을 흔들기도 했다네요.
서울에 도착한 북한 음악인들은 워커힐 호텔에 머물렀습니다. 이날 북측 성동춘 단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지만 북측의 거부로 돌연 취소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성 단장은 짥막하게 ‘서울도착성명’을 읽고 취재진의 질문을 일체 받지 않은 채 곧바로 퇴장했습니다.
12월9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송년통일전통음악회’가 열렸습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을 보기 위해 2600여명이 예술의전당을 찾았습니다. 이 공연에선 국악 등 전통음악을 선보였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남측은 아악 ‘관악 영산회상’, ‘거문고산조’ ‘남도민요’와 가야금 합주 ‘침향무’, 판소리 ‘심청가’ 등을 불렀습니다. 북측은 민요와 ‘통일의 길’ ‘우리의 소원’ 등 통일노래, 단소 독주 등을 선보였습니다. 마지막에는 남북한 예술단 247명이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습니다.
당시 기사는 이 음악회를 “1990년을 민간 남북교류의 원년으로 일궈놓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해 10월 평양의 6개 공연장에서 제1회 범민족통일음악회가 열렸는데요. 남측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씨를 단장으로 한 서울전통예술단이 평양에 갔죠. 이후 황씨가 답례 형식으로 정부의 승인을 얻어 북한 예술단을 초대한 겁니다.
남북 예술 교류는 2000년 전후로 잦았습니다.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는 패티김, 태진아, 설운도, 젝스키스, 핑클 등이 출연했습니다. 2003년에는 평양 모란봉 야외에서 송해와 북한 여성 방송원 전성희가 ‘평양노래자랑’을 진행했습니다. 2005년에는 조용필 콘서트가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리기도 했죠.
2018년 9월19일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남북한 교류가 잦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재 남북 간 교류·협력 사업은 올스톱 상태입니다. 언제쯤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날이 찾아올까요?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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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11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있다. 소녀시대 서현이 북측 예술단원과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서성일 기자
■1990년 12월8일 남북한 음악인, 예술의전당에 함께 서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에 올랐던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을 기억하시나요? 북측 예술단이 휴전선 남쪽에서 무대에 오른 게 2002년 이후 16년 만이라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현송월 단장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들었는지까지 기사가 될 정도였죠.
30년 전 오늘도 판문점을 거쳐 서울에 북한 음악인들이 왔습니다. 이날 경향신문엔 북한 음악가, 기자단 등 33명으로 구성된 ‘평양민족음악단’이 서울에 도착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다음날 서울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 음악인들이 한 무대에 서는 음악회가 열렸거든요.
이날 오전 9시20분쯤 개성에서 온 북측 환송단 70여명이 북측 판문각 2층 난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대~50대 여성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한 손엔 조화를 들었죠. 이들은 포즈를 취해달라는 남측 사진기자들의 요청에 조화를 흔들었습니다. 오전 9시40분쯤부턴 판문각 앞에 개성시예술단 300여명과 취주단 30명이 나와 ‘조국은 하나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연주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전 10시가 되자 북한 음악인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남북한 대표들은 “우리의 만남이 통일을 앞당기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며 악수를 나눴습니다. 북한 음악인들을 태운 차량은 통일로를 통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대표단 차량이 통일로를 지나자 통일로에 있던 다른 차량들이 반대 차선에 정차하기도 하고, 일부 운전자들은 창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손을 흔들기도 했다네요.
서울에 도착한 북한 음악인들은 워커힐 호텔에 머물렀습니다. 이날 북측 성동춘 단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지만 북측의 거부로 돌연 취소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성 단장은 짥막하게 ‘서울도착성명’을 읽고 취재진의 질문을 일체 받지 않은 채 곧바로 퇴장했습니다.
12월9일 오후 7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송년통일전통음악회’가 열렸습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을 보기 위해 2600여명이 예술의전당을 찾았습니다. 이 공연에선 국악 등 전통음악을 선보였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남측은 아악 ‘관악 영산회상’, ‘거문고산조’ ‘남도민요’와 가야금 합주 ‘침향무’, 판소리 ‘심청가’ 등을 불렀습니다. 북측은 민요와 ‘통일의 길’ ‘우리의 소원’ 등 통일노래, 단소 독주 등을 선보였습니다. 마지막에는 남북한 예술단 247명이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습니다.
당시 기사는 이 음악회를 “1990년을 민간 남북교류의 원년으로 일궈놓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해 10월 평양의 6개 공연장에서 제1회 범민족통일음악회가 열렸는데요. 남측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씨를 단장으로 한 서울전통예술단이 평양에 갔죠. 이후 황씨가 답례 형식으로 정부의 승인을 얻어 북한 예술단을 초대한 겁니다.
남북 예술 교류는 2000년 전후로 잦았습니다. 1999년 12월 평양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에는 패티김, 태진아, 설운도, 젝스키스, 핑클 등이 출연했습니다. 2003년에는 평양 모란봉 야외에서 송해와 북한 여성 방송원 전성희가 ‘평양노래자랑’을 진행했습니다. 2005년에는 조용필 콘서트가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리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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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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