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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코세페, 코로나 보복 소비 효과있었지만…낮은 할인율 여전

작성자
옥남휘
작성일
20-11-20 14:39
조회
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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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진행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낮은 할인율과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홍보로 아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수연 기자

美 '블랙프라이데이' 中 '광군제' 대비 낮은 할인율·인지도 해결 과제 남아

[더팩트|문수연 기자] 지난 1일부터 2주간 진행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가 15일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복 소비'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여전히 낮은 할인율과 미흡한 홍보로 초반 기대에 상응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세페'에 참가한 기업 수는 모두 1784개로 지난해 704개에 비해 약 2.5배 늘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가 모두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세페 추진위원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중간결산에 따르면 1~7일 사이에 카드사 매출이 17조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으며, 대형마트 주요 3사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 상승한 5149억 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주요 3사는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413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온라인 주요 8사의 매출 역시 1조72000억 원 규모로 26.6%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와 타이어, 의류 등의 매출이 지난해 코세페 기간보다 대폭 늘었으며, 자동차는 1~6일에 일평균 7111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23.3% 늘었고, 타이어는 1~8일 업체별로 전년 동기 대비 125~340% 판매가 증가했다.

전국 17개 광여 시도가 참여함에 따라 전통시장,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코세페' 연계 행사가 진행되면서 지역화폐 발행액은 37.4% 증가했고, 제로페이 결제액은 15.1%,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약 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상승곡선을 그린 매출 수치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할인율 등을 이유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코세페'는 매년 가격 할인 폭이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온라인 최저가가 더 저렴한 경우가 많은 데다, 평소 진행되던 할인행사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올해 '코세페'는 제조사 700여 곳이 참여하며 역대 최대 참여율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낮은 할인율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배정한 기자

'코세페'가 표방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의 경우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를 하기 때문에 할인율 조정이 쉽고 할인 폭도 크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할인폭 조정이 쉽지 않다.

올해 '코세페'의 경우 제조사 700여 곳이 참여하며 역대 최대 참여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오픈마켓 최저가보다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할인율은 낮았다.

행사에 대한 낮은 인지도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 '코세페'는 올해로 벌써 6년째를 맞았지만 업체별로 행사 기간이 다른 데다 홍보도 제각각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최대 쇼핑 행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의 흥행 이유는 높은 할인율이다. 국내 유통 구조상 할인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없다면 '코세페'가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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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임소연의 여성, 과학과 만나다
⑥물리학과 여성

사회 영향 덜 받지만 초연한 이미지와 달리 성차별에서 자유롭지 않아
남성 중심적 물리학만으론 ‘최고’ 되기 어려워…페미니즘과 결합 필요
물리학 지식의 성차별성이나 성 편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염색체나 뇌 등 인체에 관한 의학 연구나 진화론과 같은 생물학 이론이 사회적 성 인식과 영향을 주고받아온 역사와 대조적이다. 성차별을 정당화하려 물리학 법칙이 동원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 물리학 이론에 영향을 준 전례도 알려진 바가 없다. 한마디로 물리학은 페미니즘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리학 지식은 왜 사회와 무관하다고 여겨질까

물리학 지식과 생물학 및 의학 지식에 대한 인식이 다른 이유는 과학 내 위계 문제와 관련 있다. 과학을 거대한 사다리에 비유하면 가장 밑에는 심리학, 고고학, 인류학 등 사회과학으로 여겨지는 분과가, 그 중간쯤에는 생물학이나 의학이, 그 위로는 화학이나 지구과학이 배치될 것이다. 물리학, 천문학, 수학 등은 사다리의 꼭대기 가까이에 배치된다. 사다리의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해당 분야는 사회적 영향을 덜 받는 과학이라고 간주된다.

때때로 과학은 사회적 가치와 무관할수록 진정한 과학, 즉 이론적이고 정량적이며 과학 이외의 요소에 초연한 학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러한 속성을 지닌 과학이야말로 과학의 정수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물리학이 과연 성차별적인지를 살피는 일은 과학을 비판할 때 매우 중요하다. 어떤 과학 비판이 사다리의 꼭대기에 위치한 분야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주장은 사실상 과학 비판으로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리학이 과학 내에서 갖는 권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어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바버라 휘튼은 물리학이 근원적인 과학이라는 믿음에는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를 연구하는 분야야말로 가장 근원적이고 뛰어난 과학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인 페미니스트 과학철학자 샌드라 하딩은 물리학의 권위가 1920년대에 결성된 철학자와 과학자의 모임인 빈학파의 활동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당대에 모든 과학이 궁극적으로 물리학으로 환원되어 통일된다는 빈학파의 강령이 적극적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과학사 교수인 론다 시빙어는 미국이 핵무기를 이용해 2차 세계대전에 승리하면서 지금과 같은 물리학의 지위가 부여되었다고 말한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물리학의 권위가 그 자체로 물리학의 본질적인 속성이기보다는 역사적·사회적 맥락에 의해 만들어진 것에 가깝다고 해석한다.

물리학계의 성비 불균형은 물리학 지식에 영향을 준다

물리학 지식이 사회적 가치에 무심하고 초연한 이미지를 가진 것과 달리 해당 지식이 만들어지는 현장인 물리학계는 성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2018년 국제 과학 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린 한 연구는 이공계 학회지 6000여개의 논문 100만여편을 분석한 결과 물리학 논문에서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여성 학자의 비율이 13%로 다른 분야보다 특히 낮았다고 전한다. 교신저자는 주로 경력이 많은 연구자가 담당하는데, 물리학 분야에서 매년 여성 교신저자가 증가해온 비율로 추론하면 이러한 성비 불균형이 해소되기까지 향후 258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페미니스트 물리학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론물리학자 바버라 휘튼. 미국 콜로라도대 누리집

덴마크 교육인류학자 카트리네 하세는 물리학의 ‘스타일’이 남성화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의 스타일이란 특정 과학을 교육받고 연구하는 데에 투여되는 감정과 상상, 경험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물리학과 학부 교육 현장을 연구한 하세는 남학생들은 수업 중 여학생들보다 수업을 방해하는 농담이나 장난을 더 많이 치지만 보통 그러한 행동이 용인된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교수의 의도를 거스르는 남학생들의 행동은 창의적이고 실험적이라고 해석되어 마치 유망한 물리학자의 잠재적 특성처럼 여겨졌다. 이러한 문화가 중심이 된다면 주로 수업 자체에 집중하는 여학생들은 자신의 물리학 능력과 물리학자로서의 진로를 회의하다가 학계를 떠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남성 중심의 물리학 스타일은 물리학 지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물리학 연구를 하는 스타일 자체는 지식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과학 이론이나 가설을 평가할 때 이론을 발표한 과학자가 추구하는 가치나 선호, 다른 과학자와의 관계 등 지식과 무관하게 보이는 요소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스와스모어대 물리천문학과 교수 에이미 버그는 물리학자에게 유독 고독한 탐구자의 이미지가 강하게 부여되어 있지만 그 역시 과학자 공동체의 일원임을 강조한다.

물리학계의 성비 불균형과 물리학 지식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다만 지금껏 물리학계의 여성 소수 현상이 과학 정책의 문제로만 고려되었을 뿐 지식의 문제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는 “만약 아인슈타인이 여자였다면 상대성 이론이 달라졌을까?”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자는 말이 아니다. 과학자의 성과 과학의 스타일, 과학 지식 간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과 페미니즘의 결합이 필요하다.

물리학과 페미니즘의 결합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물리학과 사회의 관계, 물리학과 군사기술의 관계, 물리학계의 연구자 집단 구성 및 교육·자원 배분에 관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휘튼은 다음과 같은 페미니스트 물리학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제안한다. 지식의 주체와 대상을 분리하는 이분법에 도전하는 프로젝트, 물리학을 덜 환원주의적인 방식으로 재개념화하는 프로젝트, 물리학으로 지역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물리학의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물리학계의 다양성을 개선하는 프로젝트, 물리학 교육을 변화시키는 프로젝트 등이다. 핵심은 물리학계의 성비 불균형과 물리학의 남성적 스타일을 학문의 본질과 무관한 문제로 보지 않는 데 있다.

페미니스트 물리학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론물리학자 캐런 버라드.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누리집

실험물리학자의 성과 가치관은 물리학 지식의 문제다

캐런 버라드는 지식의 주체와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한 기존 시각에 도전하며 페미니스트 물리학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페미니스트 이론가이자 이론물리학자이다. 버라드는 양자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양자역학 해석을 바탕으로 이를 페미니즘으로 재해석하는 전례 없는 작업을 시도한다. 어떤 사물을 보려면 빛이 필요하다. 그런데 양자역학에서 빛과 물체가 상호작용할 때 빛은 파동이 아닌 운동량을 가진 입자로 존재하므로 관찰 여부에 따라 물체의 운동이 달라진다. 버라드는 관찰 대상과 측정 장치의 상호작용에 주목한 보어의 해석을 확장해 관찰 대상과 측정 장치, 인간 관찰자를 서로 분리된 개별 존재가 아닌 한데 얽힌 하나의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자 출력 장치를 이용한 양자역학의 이중 슬릿 실험. 이중 슬릿 판의 좁은 두 구멍 사이를 통과한 전자는 스크린에 여러 줄의 간섭무늬를 만든다. 이는 전자가 입자일 뿐 아니라 파동으로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런데 전자가 슬릿에서 어느 쪽 틈을 통과하는지 확인하려 슬릿 판 앞에 전자 검출기를 설치하면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아닌 뚜렷한 두 줄의 무늬가 나타난다. 이처럼 관찰 행위는 전자의 운동에 영향을 주어 관찰 결과를 바꾼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따라서 실험물리학자는 자연이 보여주는 그대로를 보는 순진한 관찰자가 아니다. 실험물리학 연구란 고도로 훈련받은 물리학자가 복잡한 측정 장치를 고안하고, 실험을 반복하며 그 장치의 오류와 잡음을 보정하고, 장치에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행위는 관찰자의 끊임없는 선택에 기반하며 각 선택은 관측 결과, 나아가 현상을 결정짓는다. 물리학자의 성과 가치관, 연구를 수행하는 스타일 등이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들 요소가 물리학 지식의 문제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물리학은 성차별적일까? 버그는 대답 대신 다른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물리학은 인류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물리학일까?” 물리학계가 지금처럼 남성으로만 채워진다면, 그로 인해 특정한 연구 스타일대로 물리학이 발전한다면 최고의 물리학을 상상조차 하지 못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수업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학생들의 장난기 어린 행동이 창의적인 물리학자의 특징으로 여겨지듯, 물리학 지식과 무관해 보이는 여성 물리학자의 수와 물리학의 남성성에 대한 문제의식도 물리학을 혁신하는 가능성으로 진지하게 고려되기를 기대해본다.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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