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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가 4일 '비대면 진료'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병협은 입장문에서 "국민 보호와 편의 증진을 위한 세계적 추세와 사회적 이익 증대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데 공감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병협은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과 종합병원, 상급 종합병원 등 3300곳을 회원으로 둔 단체로 소속 병원에는 전체 의사의 60%가 근무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추진 중인 정부로선 우군을 얻은 셈이다. '초진 환자 대면 진료' '적절한 대상 질환 선정' 등 5개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의료계에서 비대면 의료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번번이 무산됐던 국내 비대면 진료가 급물살을 타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앞으로 영상을 통한 진료가 '노멀'이 될 것"이라는 김연수 서울대병원장(병협 부회장)의 말은 원격의료 도입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곡을 찌르는 진단이다.

첨단 의료 기술을 보유하고도 국내에서 비대면 의료가 20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은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지금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진 위험성, 대형 병원 쏠림 등 이들의 우려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상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비대면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계속 혁신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2021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412억달러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중국 등이 치열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만 옥신각신하며 이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팬데믹 시대에 원격의료 거부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부는 3차 추경안에 비대면 진료 인프라 보강 사업 명목으로 44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비대면 진료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는 안전성·효과성 등을 들어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가 급선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촘촘히 마련하면서 단계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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