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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함리리
작성일
20-12-20 18:3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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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수진·이탄희, 임종헌과 '증인과 피고인'으로 마주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번 주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12월 15일·85회 공판)에 이수진·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인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각각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으로서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내용을 폭로하고 이를 계기로 정당에 영입됐다.

이들은 사법농단 의혹 중 하나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소모임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와해하고, 소속 판사에게 불이익을 주려 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임 전 차장이 인사모 와해 의혹을 비롯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만큼 법정 공방은 필연적이었다. 특히 인사모 소속 회원이던 두 사람의 인사 발령을 놓고, '그날의 기억'은 여러 차례 엇갈렸다.

◆ '인사모'라서 들어가고 나왔다

검찰은 당시 대법원의 사법행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인사모 모임은 와해 대상이 됐고, 소속 회원은 '판사 블랙리스트'에 올라 인사 불이익 대상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수진·이탄희 의원 역시 인사모 회원으로, 두 사람의 인사에 이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사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수진 의원은 '인사모라서' 나갔고, 이탄희 의원은 '인사모라서' 들어왔다는 것이 핵심이다.

2015년 2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부임한 이수진 의원은 2017년 2월 대전지법으로 전보됐다. 이수진 의원은 대법원에서 인사모 회원인 자신을 포섭해, 인사모의 학술대회 개최를 막아주길 바랐지만 이에 따르지 않자 대전지법으로 전보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에 따르면 대법원은 인사모 와해를 위해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소속 회원을 대법원 요직에 앉혀 주고 모임 활동을 방해하려 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양형 실장)으로, 그는 인사모 상위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이규진 전 실장은 인사모 회원과 쉽게 접촉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의중을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대법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도록 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7년 2월 이탄희 의원을 법원행정처 기획제2심의관으로 데려온 데는 이런 '바람'이 있어서라고 봤다. 이탄희 의원 본인도 그렇게 느꼈다. 인사모 와해와 소속 회원에 대한 인사 불이익 정황을 알게 된 이탄희 의원은 '모욕감'을 느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 '야근 안 하고 보고서 못 쓴다던' 연구관의 사정

사법농단 재판에서는 이수진 의원의 '폭로'를 둘러싼 잡음이 잊을 만 하면 나왔다. 이수진 의원이 대전지법으로 발령된 건 인사모 때문이 아니라 그의 부족한 업무 능력 때문이라는 김연학 전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의 증언이 대표적이다. 6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심의관은 '이수진 판사가 부족한 면이 많아서 지법으로 전보한 것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수진 의원이 증인으로 나오기 바로 전날(14일) 임 전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원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역시 "이수진 판사의 보고 건수가 다른 연구관과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보고를 받았고, 거의 매일 야근하는데 그와 저녁을 먹은 기억은 없다"라고 증언했다. 이 전 연구관은 이수진 의원이 속한 '민사 신건조' 팀장으로, 직속 상사였다.

이수진 의원은 이들의 증언을 정면 반박했다. 2017년 이 전 실장이 2~3차례 학술대회를 막아달라고 했지만, 이수진 의원은 이를 거절했고 그해 법관 정기인사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수진 의원은 "이 전 연구관은 특히 여성 연구관에게 모멸감을 주고 저에게만 두 번이나 인격적으로 문제가 될 행동을 했다. (이 전 연구관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 소화가 안 돼서 따로 김밥을 사서 먹거나, 일을 싸 들고 집에 가서 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권 보호와 서민을 위한 결론을 내려고 힘들게 싸웠는데 그런 저를 (대법원에서) 내보내겠다니, 법관으로서 자존감이 떨어져서 재판을 진행할 수가 없어 사표를 쓰려 했다"며 "저를 '시그널'로 쫓아내, 무서워서 (인사모에) 못 가게 하려던 것"이라고도 했다.

이수진 의원은 이 전 실장과 인사모 와해를 논의했다는 '두 얼굴' 의혹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4월 양 전 대법원장 공판에 나온 이 전 실장은 이수진 의원과 인사모 학술대회에 관해 논의했다고 증언했다. 해당 공판에서 제시된 이 전 실장의 보고서에는 이수진 의원 역시 학술대회에 부정적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됐다. 6월 양 전 대법원장 공판에 나온 김 전 심의관의 '블랙리스트에 이수진 의원은 없었다'는 증언까지 더해지자, 이수진 의원은 시민단체로부터 '사법농단 피해자라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증인석의 이수진 의원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 전 실장과 인사모 건을 논의한 이유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그가 모임을 지켜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보수 언론 등에서 제가 마치 (학술대회 저지를) 종용했다는 식으로 났는데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수진(서울 동작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일석이조'라고 말한 사람은 누구인가

사법농단 의혹을 처음 세상에 알린 이탄희 의원 역시 자신의 인사 발령 경위를 놓고 임 전 차장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인사모 기획팀장으로 있던 그는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기획제2심의관으로 부임했지만, 법원행정처의 인사모 와해 작업과 '판사 뒷조사 파일' 관리 등을 알고 사직서를 냈다. 우여곡절 끝에 원래 보직이던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돌아온 이탄희 의원은 임 전 차장이 '인사모 와해라는 부수적 목적을 갖고 법원행정처로 데려왔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안양지원으로 복귀한 지 2017년 2월의 어느 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온 임 전 차장에게 '저를 데려오실 때부터 부수적인 목적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일석이조?'라고 묻자, 임 전 차장이 '그래! 일석이조!'라고 답했다고 기억했다.

임 전 차장은 이탄희 의원의 법원행정처 부임은 그의 업무 능력과 주변 평판을 토대로 결정한, 정당한 인사 조처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은 '일석이조'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탄희 의원이 당시 10년가량 몸담은 법원에 사직서를 낸 직후라 감정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탄희 의원의 감정에 집중한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이탄희 의원의 기억이 불명확할 수 있다는 점과 불안정한 이탄희 의원을 달래느라 그의 말에 연신 '그래, 그래'라며 맞장구를 쳐줬다는 점을 입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탄희 의원은 임 전 차장이 '그래! 일석이조!'라며 인사모 때문에 그를 법원행정처로 발령했다는 내용을 인정한 뒤에야 깊은 모욕감을 느꼈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대로 임 전 차장이 말한 내용을 이탄희 의원이 기억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임 전 차장은 이탄희 의원에게 '법원행정처는 인사모를 와해하려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고 기억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는 대외적으로 법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연구회 관련은 업무 비중이 극히 작다', '법원행정처에서 특정 연구회를 없애면 내부 반발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데 이를 무릅쓰고 없애겠느냐' 등의 말을 이탄희 의원에게 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이탄희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은 그날의 통화를 놓고 자신도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탄희 의원의 '감정'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임 전 차장은 "저도 당시 당황했다. 증인께서 그때 상당히 울먹울먹하고, 감정이…"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탄희 의원은 곧바로 "그건 '일석이조' 얘기 나온 이후"라고 선을 그었다.

◆ '숨도 못 쉰다'·'변화가 없다'…법원의 민낯

공소사실과 직결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날 재판에서 두 사람의 증언을 뜯어 보면 양 전 대법원장이 수장으로 있던 대법원, 나아가 한국 법원의 '민낯'이 엿보이기도 했다.

헌법은 국민이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관의 독립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수진 의원이 전한 법원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이수진 의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창립한 배경을 설명하며 "대법원장 인사권이 막강해 법관이 눈치를 보느라 숨도 못 쉬었다. 대법원장 인사권을 어떻게 해야 법관이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차였다"고 말했다. 또 이수진 의원은 '국제인권법'을 앞세운 이유에 대해 "법관이 제대로 독립해야 하는 이유는 국제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법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숨도 못 쉬는 분위기' 속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창립된 건 2011년 때다. 이탄희 의원은 '법원은 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증인석을 떠났다. 이탄희 의원은 "제가 변호사 1년 하고, 지금은 국회에 있으면서 밖에서 바라보기에 '뭐가 변했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법원은 국민의 것이고 판사들은 법원을 빌려 쓰는 거다. 여기 있는 법대, 법복 다 세금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이 요구하는 판사 윤리 수준이 뭔지 생각하고, 법원이 많이 변화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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